2019 「올해의 책」

어린이도서

시원탕 옆 기억 사진관

박현숙 / 노란상상

사십 년, 오십 년 된 우리 마을의 역사가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도 되는 걸까요?
“모두가 함께, 오래도록 기억하고 간직해야 하는 이야기가 여기 있어요.
바로 시원탕 옆 기억사진관 말이에요.”

사라져 가는 가게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동화는 어느 기사 속에서 만났던 망원동의 어느 사진관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망원동에서만 40년 간 운영됐던 이 사진관은 주민들에게 서민 사진관이라 불리며 22년 전 가격을 그대로 받으면서도 어느 곳보다 멋지게 사진을 찍어 주는 곳이었다. 그러나 망원동 일대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임대료가 치솟았고, 사진관은 문을 닫아야만 했다.

박현숙 작가는 오늘날의 이런 현상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갖고 동화 <시원탕 옆 기억사진관>을 완성하였다. 오랜 시간 이웃들의 삶을 기록하던 ‘기억사진관’과 많은 이들의 근심과 걱정을 녹여 주던 ‘시원탕’의 이야기로 어디에나 있는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동화로 담았다.

잊혀져 가는 가게들, 그리고 잊혀져 가는 마을의 풍경

좋아하는 아이에게 좋아한다 말 못하고 화내기 일쑤인 기억사진관의 손자 지훈이와, 시원탕을 물려받아 대를 잇겠다는 큰 포부를 가진 시원탕의 손녀 성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이자, 모두의 이야기다.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투닥거림도, 아이들 다툼으로 인해 어른들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기막힌 상황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마는 안타까운 사연도 모두 망원동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우리 모두의 울고 웃는 삶의 무대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마을인 것이다.

청소년도서

발버둥 치다

박하령 / 자음과모음

농인 부모의 자녀로, 다둥이 가족의 장녀로, 교수 부모의 모범생 딸로...
“우리는 더 이상 부모님의 부록으로 살 수 없어!”

이 소설에는 부모가 정해 놓은 주관적이고 때로는 폭력적일 수도 있는 당위에 갇혀 허덕이는 아이들이 나온다. 우선 주인공 ‘유나’가 그렇다. 청각 장애인 부모의 말할 줄 아는 자녀로 태어나 부모를 보살피고 이끌어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부모님이 장애인이니까 네가 잘 해야지.” 마치 유나가 태어난 이유라도 되는 듯이 주변에서 입을 모아 말했다.
‘교수 부모의 딸’이라는 역할을 위해 모범생으로 지내는 주은이도, ‘다둥이 가족의 장녀’로 여섯 동생을 보살피며 엄마 역할을 하는 승미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버겁기만 하다.

저마다 건드리면 툭 터지는 가족에게 받은 상처가 있다!
우리 안의 상처와 가족, 그리고 진정한 자립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

가족은 신성한 것이고, 가족이니까 모든 것이 이해되고 용서될 거라는 믿음. 박하령 작가는 이러한 믿음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반기를 든다. 가족은 따스하지만 가족이기에 더 유해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많은 것을 당연한 듯 요구하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당위에 가까운 모범 답안을 제시한다. 강요에 가까운 수준으로. 하지만 이 모범 답안이 유일한 정답은 아니다. 더구나 나 자신을 위한 답은 더욱 아닐 수 있다.

『발버둥치다』는 작품 속 인물들이 가족과 거리를 두며 진정한 독립으로 향하는 발버둥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서로의 상처를 발견하고 모른 척하지 않고 마주 보고 맞서며 아파하고 힘들어하지만 그 모든 과정 끝에 가족은 성장한다. 곪은 염증이 터진 후에야 비로소 새 살이 돋듯이.

성인도서

당신이 옳다

정혜신 / 해냄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도대체 얼마나 힘들었던 거예요?”
공감과 경계의 기술로 짓는 소박하지만 든든한 ‘집밥’같은 심리학!
만성적인 ‘나’ 기근과 관계의 갈등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책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적정심리학’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강력한 치유 원리와 구조를 제시한다. 이는 간단하지만 본질을 건드려 세상을 변화시키는 적정기술처럼, 사람의 마음과 존재의 본질을 움직여 상처를 치유하고 삶을 회복시키는 심리학을 뜻한다. 복잡한 이론과 전문가의 진단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나와 남을 돌보고 치유할 수 있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치유법, 집밥 같은 치유법이다. 그 핵심은 바로 ‘공감’이며, 스스로는 물론 한 사람의 고통에 마음을 포개려는 섬세한 시선과 지지에 바탕을 둔다.

사랑받고 인정받길 원하는 마음은 사람의 ‘본능’이기에, 수많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더라도 자기 존재에 대한 제대로 된 공감과 집중을 받지 못하면 누구라도 예외 없이 방전되고 아플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저자는 모든 사람에게는 진정으로 공감받고 공감할 수 있는 ‘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사람의 마음에 대한 통찰과 치유 내공을 밀도 높게 담고 있다. 이론과 통계, 정형화된 사례에 의존하는 기존의 심리학 책과 달리, 풍부한 현장 경험과 육성을 통한 사례로 뒷받침한다. 또한 단호하면서도 깊숙이 마음을 움직이는 저자 특유의 언어는 읽는 과정 자체를 진한 공감의 순간으로 만든다.